블로그 수업 첫 시간에 “어떤 블로그를 만들고 싶으세요?”라고 물으면 대답이 거의 비슷합니다.
“제 이름이 브랜드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3개월 뒤 그 블로그를 열어보면 글 목록은 대개 이렇습니다. 강의 후기, 맛집, 새해 다짐, 다시 강의 후기. 소개글에는 여전히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중입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선언은 있는데 브랜드는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독자는 소개글이 아니라 글 목록을 봅니다
처음 블로그에 들어온 사람은 소개글을 꼼꼼히 읽지 않습니다. 최근 글 제목 몇 개를 훑어보고 3초 안에 판단합니다. ‘아, 이 사람은 이런 걸 쓰는 사람이구나.’
두 블로그를 비교해보겠습니다.
A 블로그
- 소개글: 좋은 습관으로 매일 성장하는 삶을 기록합니다.
- 최근 글 10편: 카페 후기, 온라인 강의 수강 후기, 새해 다짐, 주말 나들이, 강의 2주차 후기, 다이어리 추천…
B 블로그
- 소개글: 퇴근하고 30분, 저녁을 차립니다.
- 최근 글 10편 중 8편: [퇴근 후 30분 요리] 두부조림 / 냉장고 털이 볶음밥 / 10분 된장찌개…

일주일 뒤에 누가 기억날까요? B입니다. A는 훨씬 큰 꿈을 말했지만, 독자 머릿속에 남은 것이 없습니다. B는 아무것도 선언하지 않았지만, ‘퇴근 후 30분 요리하는 사람’이라는 이름을 이미 얻었습니다.
브랜드는 내가 붙이는 이름이 아니라, 반복을 본 사람이 붙여주는 이름입니다.
제가 브랜드가 된 순서
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2013년에 블로그를 시작할 때, 저는 ‘육아 콘텐츠 전문가가 되겠다’고 선언하지 않았습니다. 그럴 여유도 없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며 매일 벌어지는 일을 기록했을 뿐입니다.
달랐던 점은 하나입니다. 그 기록에 ‘극한육아’라는 이름을 붙이고, 같은 이름으로 계속 썼다는 것. 글이 쌓이자 독자들이 그 이름으로 저를 부르기 시작했고, 그 연재가 포트폴리오가 되어 방송 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었고, 첫 책 『극한육아 상담소』가 나왔습니다.
순서를 보면 이렇습니다.
쓴다 → 쌓인다 → 사람들이 알아본다 → 이름이 붙는다
선언은 이 순서 어디에도 없습니다. 누적이 먼저였고, 브랜드는 그 결과였습니다.
누적을 만드는 세 가지 장치
첫째, 말머리 하나를 고정하십시오.
제목 앞에 [ ] 말머리를 하나 정하고 바꾸지 마십시오. [퇴근 후 30분 요리], [초보 텃밭 일지]처럼요. 말머리가 같으면 독자는 글 목록만 보고도 이 블로그의 정체를 압니다. 쓰는 나도 ‘오늘 뭐 쓰지’를 고민하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둘째, 연재물을 써보세요.
연재물은 개인이 브랜딩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획 중 하나입니다. “[초보 텃밭 일지] 1편”처럼 제목이나 본문 첫 줄에 지금 몇 번째인지 적습니다. 오늘부터 연재를 시작해보세요. 1편은 프롤로그로 “내가 왜 이 연재를 시작하는가”하는 기획의도를 써봅니다.
셋째, 30편까지는 평가하지 마십시오.
조회수, 댓글, 공감 수는 30편 이후에 보십시오. 초반의 반응은 글의 가치가 아니라 블로그가 아직 덜 쌓였다는 신호일 뿐입니다. 10편째에 반응이 없다고 주제를 바꾸면, 누적은 다시 0이 됩니다. 브랜드가 생기지 않는 블로그의 대부분은 주제가 틀려서가 아니라 너무 빨리 바꿔서 멈춘 블로그입니다.
오늘 할 일은 하나입니다
“브랜드가 되고 싶다” “퍼스널 브랜딩을 하고 싶다”는 다짐은 좋습니다. 하지만 다이어트를 예를 들면, “다이어트를 하고 싶다” “날씬해지고 싶다”라는 다짐만으로 실제로 다이어트가 되고 날씬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식단 관리, 운동 등의 계획과 절제가 필요합니다. 블로그도 똑같습니다. 다짐만으로 완성이 되지는 않으니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실행의 무한반복입니다. 소개글에 적어둔 “브랜드를 만들겠습니다”를 잠시 내려놓으십시오. 대신 말머리 하나를 정하고, 그 이름으로 첫 편을 발행하십시오. 잘 쓰지 않아도 됩니다. 1편은 1편이고, 그 1편이 있어야 30편이 생깁니다.
브랜드는 결심한 날 생기지 않습니다. 같은 이름으로 서른 번째 글을 올린 날, 누군가 먼저 알아봐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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