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미세스찐입니다.
오늘은 조금 무겁지만, 우리처럼 콘텐츠를 만들고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직시해야 할 이야기를 나누어보려고 합니다.
저는 10년 넘게 방송 작가로, 그리고 다시 10년 넘게 블로거로 살았습니다. KBS, MBC 같은 방송국에서 대본을 쓰던 시절부터 네이버 블로그와 포스트에 육아와 삶을 기록해온 지금까지, 저에게 플랫폼은 제 글을 담는 그릇이자 독자 여러분을 만나는 소중한 집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네이버의 행보가 심상치 않습니다. 제가 공들여 키웠던 ‘네이버 포스트’가 2025년 4월에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마치 살던 집이 재개발로 헐리는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아마 저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네이버라는 공간에 추억과 기록을 쌓아오신 분들이라면 비슷한 상실감을 느끼셨을 겁니다.
오늘은 네이버가 최근 5년간 종료했거나 종료를 예고한 서비스들, 그리고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새로운 기술들에 대해 정리해 드리고, 이 변화의 파도 속에서 우리 같은 창작자가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지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기록
2020년~2025년 서비스 종료 일지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던 서비스들이 하나둘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선택과 집중’이라고 말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추억의 한 페이지가 뜯겨 나가는 기분입니다. 오늘은 이런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가장 먼저 언급하고 싶은 것은 우리 아이들의 영원한 친구, [쥬니버스쿨]의 종료 소식입니다. 2025년 12월 10일이면 서비스가 완전히 종료됩니다.
그리고 저에게 가장 큰 충격이었던 [네이버 포스트] 역시 2025년 4월 30일부로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당시 저의 팔로워는 약4만명이었는데요, 지금은 그 자취를 알 수 없습니다. 네이버 포스트에 양질의 칼럼을 연재하던 수많은 에디터와 작가들이 갈 곳을 잃게 되었습니다.
이외에도 소상공인들이 무료로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었던 [모두(modoo!)]는 2025년 6월 26일에 종료되었습니다.
| 연도 | 서비스명 | 종료 일자 | 상세 내용 및 비고 |
| 2025 | 쥬니버스쿨 | 12월 10일 (예정) | 앱 서비스 종료 |
| 2025 | 모두 (modoo!) | 6월 26일 | 홈페이지 서비스 종료 |
| 2025 | 쥬니버 (쥬니어네이버) | 5월 27일 | 웹/앱 서비스 전체 종료 |
| 2025 | 네이버 포스트 | 4월 30일 | 서비스 종료 |
| 2025 | 쇼핑 윈도 (일부) | 2월 12일 | 리빙, 키즈, 플레이, 아트, 펫 등 버티컬 서비스 종료 |
| 2024 | 네이버 시리즈온 | 12월 18일 | 영화/방송 콘텐츠 판매 종료 (소장 상품만 다운로드 가능) |
| 2024 | 네이버 NOW. | 9월 5일 | 모바일 앱 서비스 종료 (네이버TV로 통합) |
| 2023 | 네이버 오피스 | 12월 27일 | 워드, 슬라이드, 셀, 폼 서비스 종료 |
| 2023 | 네이버 영화 | 3월 31일 | PC 웹 서비스 종료 (네이버 검색 ‘영화 지식베이스’로 통합) |
| 2022 | V LIVE (브이라이브) | 12월 31일 | 2023년 1월 1일부터 Weverse와 통합운영 |
| 2021 | 네이버 소프트웨어 | 8월 31일 | 구 네이버 자료실 서비스 종료 |
| 2019 | 폴라 (Pholar) | 9월 30일 | 관심사 기반 SNS 서비스 종료 |
새로운 물결
AI와 숏폼이 지배하는 세상
네이버가 이렇게 기존 서비스들을 과감히 정리하는 이유는 뭘까요? 가장 명확한 이유는 시대가 변했다는 것. 사람들이 더 이상 긴 글을 읽지 않고, 검색창에 단어를 입력하기보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영상을 봅니다. 네이버는 이 위기감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5년간 공격적으로 신규 서비스를 론칭했습니다.
네이버 주요 신규 서비스 일지 (2021~2025)
| 연도 | 서비스명 | 출시 시기 | 주요 특징 및 내용 |
| 2025 | 사우디 디지털 트윈 | 6월 (구축 완료) | 사우디 주요 도시를 가상 세계에 구현한 플랫폼 |
| 2025 | 네이버 플러스 스토어 | 상반기 | AI가 개인 취향을 분석해 상품을 추천하는 별도 쇼핑 앱 |
| 2024 | 에이전트 N | 11월 (발표) | 쇼핑, 예매 등을 대신 수행해 주는 AI 비서 서비스 |
| 2024 | 네이버웍스 플랫폼 | 6월 4일 | 협업 툴을 통합하여 개편한 B2B 업무 플랫폼 |
| 2024 | 치지직 (CHZZK) | 5월 9일 | 게임 특화 실시간 스트리밍 플랫폼 (23년 12월 베타) |
| 2023 | 큐: (Cue:) | 9월 (베타) | 복잡한 질의응답이 가능한 생성형 AI 검색 서비스 |
| 2023 | 하이퍼클로바X | 8월 | 한국어에 특화된 네이버의 초대규모 AI 모델 (LLM) |
| 2023 | 클립 (Clip) | 8월 | 네이버 앱 메인에 배치된 숏폼(짧은 영상) 서비스 |
| 2022 | 네이버 도착보장 | 12월 | 정확한 배송 예정일을 보장해 주는 물류 서비스 |
| 2022 | 오픈톡 | 9월 | 스포츠/드라마 등 관심사 기반의 익명 커뮤니티 |
| 2022 | 플레이스 쿠폰 | 9월 | 지역 소상공인이 직접 발행하는 마케팅용 할인 쿠폰 |
| 2022 | 프리미엄 콘텐츠 | 2월 (정식) | 창작자 유료 콘텐츠 구독 플랫폼 (21년 5월 베타) |
| 2021 | 에어서치 (AiRSearch) | 10월 | 사용자 맞춤형 콘텐츠를 묶어 보여주는 스마트 블록 검색 |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숏폼]과 [AI]입니다. 2023년 8월에 출시된 [클립(Clip)]은 네이버 앱 하단 정중앙을 차지했습니다. 유튜브 쇼츠와 인스타그램 릴스에 뺏긴 사용자들의 눈길을 되찾아오겠다는 강력한 의지입니다. 텍스트 중심의 네이버가 영상 중심으로 체질 개선을 시도하는 가장 큰 증거입니다.
그리고 [AI 기술]이 전면에 배치되었습니다. 한국형 거대언어모델인 [하이퍼클로바X]를 필두로, 대화하듯 검색하는 [큐(Cue:)], 내 의도를 파악해 쇼핑을 대신해 주는 [에이전트 N] 등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내년 상반기에는 [네이버 플러스 스토어]에서 아예 AI가 개인의 취향을 분석해 상품을 떠먹여 주는 ‘쇼핑에이전트’ 기능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변화의 핵심: 검색에서 ‘발견’으로
이 모든 변화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하나입니다. 바로 검색(Search)에서 발견(Discovery)으로의 이동입니다.
과거의 우리는 필요한 정보가 있을 때 검색창에 키워드를 쳤습니다. 그러면 네이버는 백화점 진열대처럼 블로그, 카페, 뉴스 글을 쫙 펼쳐 보여줬죠.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사용자가 검색하기도 전에, AI가 “너 이거 좋아하지? 이 영상 한번 봐, 이 글 한번 읽어봐”라며 콘텐츠를 추천해 줍니다. 이것이 바로 [스마트 블록]과 [에어서치] 시스템입니다.
이제 ‘상위 노출 로직’이라는 말은 옛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기계적인 최적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콘텐츠가 특정 사용자에게 얼마나 매력적인가‘를 AI에게 증명하는 것입니다.
우리 같은 창작자는 어떻게 생존해야 할까요?
이 시점에서 글을 쓰는 우리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요? 2013년부터 활동한 13년 콘텐츠 제작자로서 제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글과 영상의 하이브리드 전략
저처럼 글쓰기가 편한 사람에게 영상은 참 낯설고 어려운 영역입니다. 하지만 네이버가 대놓고 클립을 밀어주고 있는 상황에서 숏폼을 외면하면 유입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계속 시도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아주 조금이라도요. 블로그의 깊이 있는 글은 우리의 본진으로 지키되, 사람들을 대문 앞까지 데려오는 호객 역할은 숏폼 영상에게 맡기면 어떨까요? 15초짜리 짧은 영상으로 호기심을 자극하고, “자세한 내용은 본문에서 확인하세요”라며 글로 유도하는 영리한 설계가 필요합니다.
둘째, 나만의 좁고 깊은 우물을 계속 파세요.
AI는 어설픈 정보를 기가 막히게 걸러냅니다. 단순히 ‘육아’라는 광범위한 주제보다는 ‘초등 남아 학습법’, ‘워킹맘의 새벽 기상’처럼 아주 구체적이고 뾰족한 주제를 다루는 마이크로 버티컬 전문가를 선호합니다. 이것저것 다 다루는 잡화점보다는, 한 분야의 장인이 되어야 AI의 선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셋째, AI가 흉내 낼 수 없는 나의 서사를 담아보세요.
맛집 위치, 영업시간, 제품 스펙 같은 단순 정보는 이제 AI가 1초 만에 요약해 줍니다. 그런 정보성 글은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AI는 ‘아이를 키우며 밤새 울었던 엄마의 마음’이나 ‘퇴사 후 처음 맞이한 월요일 아침의 공기’를 알지 못합니다.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경험, 감정, 그리고 독창적인 인사이트가 담긴 에세이형 콘텐츠만이 살아남을 것입니다. 팩트 전달자가 아닌, 경험 공유자가 되십시오.
넷째, 오히려 실수하고 맞춤법도 틀리세요.
솔직히 요즘 너무 완벽한 글에는 눈길이 안 가지 않나요? 저만 그런가요? AI시대의 역설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히려 요즘 제 말투를 최대한 자연스럽게 쓰려고 노력합니다. 오늘 쓴 글에도 “그랬걸랑요” “자투리공간을 어떻게든 즙을 쥐어짜내서라도” 같은 저의 평소 말투를 그대로 담았어요.

도움되는 콘텐츠를 당신의 말투로 표현해보세요. 중요한 건 인사이트입니다. 이제 너무 완벽한 문체를 구사하려고 하지 말고, 글의 구조와 인사이트에 집중해보세요. 저는 오히려 오타가 있는 글을 보면 요즘 반갑습니다. “어? 이건 사람이 썼나보네?” 그렇다고 억지로 오타 내라는 말이 아닙니다. 당신의 인간미와 상대방에게 도움주려고 애쓰는 모습이 독자에게 매력을 뿌릴 겁니다.
마지막으로, 내 집 마련이 시급합니다.
제가 왜 워드프레스 블로그를 만들었을까요? 10년간 일궈온 소중한 나의 공간. 네이버 포스트의 종료를 경험하며 뼈저리게 느낀 점은, 남의 땅에 지은 집은 언제든 허물어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네이버 블로그를 메인 플랫폼으로 활용하되, 뉴스레터나 개인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채널로 내 독자들을 분산시켜 두시길 추천드립니다.
플랫폼이 사라져도 내 독자는 남을 수 있도록, 이메일 리스트를 확보하거나 팬덤을 단단히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생존 전략입니다. 이 전략은 팬덤 10명에서부터 시작하세요. 1만명, 10만명이 되고 나서야 시작하려고 하면 늦습니다. 1명의 팬부터 소중하게 생각하세요. 이제 조회수의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조회수는 아무 소용 없다는 말이 아닙니다. 조회수도 똑똑한 전략으로 활용하셔야 해요. 이건 말하자면 너무 길어지기 때문에, 나중에 다시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변화는 언제나 두렵습니다. 저 역시 정들었던 공간들이 사라지는 것이 아쉽고, 새로운 툴을 배우는 것이 버거울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10년의 방송 작가 생활과 13년의 블로거 생활을 통해 배운 진리는 하나입니다. “형식은 변해도, 진심이 담긴 콘텐츠의 힘은 변하지 않는다.”
네이버가 포스트를 없애고 클립을 띄운다 해도,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우리의 이야기일 테니까요. 우리, 쫄지 말고 이 변화의 파도 위에서 멋지게 서핑을 즐겨봅시다. 글 쓰는 사람의 저력을 믿습니다.
이 글이 막막해하는 분들에게 작은 나침반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한혜진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